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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욱 - 동물사전

 

영원이 아니라서 가능한:이장욱 시집, 문학과지성사 기린이 아닌 모든 것:이장욱 소설집, 문학과지성사 천국보다 낯선:이장욱 장편소설, 민음사 동물입니다 무엇일까요:이장욱 시집, 현대문학 혁명과 모더니즘:러시아의 시와 미학, 시간의흐름

 

 

 움직이는 것에 대해서라면 거기 있다가

 거기 있지 않은 것

 하지만 거기서 여전히

 거기까지인 것

 

 이동하는 것들에게는 아흔아홉 개의 촉수라든가

 내 것이 아닌 의지

 그리고 적절한 분포

 

 너와 헤어진 후 나는 움직이지 않았지. 거기서

 태양의 주위를 어지럽게 돌고 있었을 뿐.

 360도로 고개가 빙 돌아가는

 인형처럼

 

 아침에는 여기 있다가 점심에는 여기 없고 저녁에는 또

 그리워하는 것은 무엇인가?

 여기서 끝내

 먼 곳까지인 것은?

 

 그럴 때마다 내가 속한 종을 이해한다는 것

 거대한 성기를 가진 물소들의 이동에 포함된다는 것

 나를 기준으로 무한한 동서남북을 만든다는 것

 그것이 보시기에

 좋았지만

 

 아무래도 나는 분포되지 않았다.

 내가 있는 이곳에서

 네가 있는 그곳까지

 여전히 여기 있다가 문득

 우리가 여기

 있지 않을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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