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을 떠나보내기 위해 기차역에 갔다. 목적지가 없는 기차를 영원은 타고 갔다.
영원에게는 언제나 먼 곳이 있는 것 같았다. 그곳이 영원에게 이미 지나온 곳 같았다.
오늘도 열심히 일을 하고 열심히 텔레비전을 보고 열심히 잠을 자는 것은 나
영원이 아니라 나
영원은 여기저기에서 나를 잊었다.
마치 나를 다 살아낸 듯이
내가 출근을 하고 우체국에도 가고 관공서에도 가는 것을 알면서 영원은
매일 공무원 같았다. 문서의 한 칸을 메우기 위해 먼 산을 바라보는
비처럼
영원은 내렸다.
그것이 그의 업무.
나는 새 옷을 사고 새 안경을 샀다.
그것이 나의 업무.
오늘도 세수를 하고 머리카락을 한 올 한 올 매만지는 것으로
나는 세상의 모든 기차역에 혼자 서 있는 사람이 되었다.
어제도 그제도 아름다운 사람으로서 나는
처음 거기 서 있는 사람이 되었다.
고개를 들면 텅 빈 구름에게서
떨어지는 빗방울들이 하나
둘
나는 우산을 쓰지 않았다.
오늘은 영원으로부터 조금 더
먼 곳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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