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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욱 - 식물의 그림자처럼

 

영원이 아니라서 가능한:이장욱 시집, 문학과지성사 기린이 아닌 모든 것:이장욱 소설집, 문학과지성사 천국보다 낯선:이장욱 장편소설, 민음사 동물입니다 무엇일까요:이장욱 시집, 현대문학 혁명과 모더니즘:러시아의 시와 미학, 시간의흐름

 

 

 이게 누구의 팔인가.

 잘 자란다.

 

 조금씩 움직이는 손끝을 만들고

 외로운 흔들림을 만들고

 무섭게 무성해지는 것

 

 행인 1을 안 보이는 손아귀로 휘감고

 행인 2의 혼잣말과 비슷해졌다가

 막 도착한 행인 3의 무심한 얼굴빛이 되는 것

 어둠을 켰다가 깜빡

 끄는 것

 

 우리는 움직이지 않고도

 벌레처럼 상상력이 깊다.

 무한한 친구와 무한한 적이 동일하다.

 평면과 깊이가 일치한다.

 그것이 우리의 정의

 

 저녁이 올 때마다 그는

 우리가 사라지고 있다는 연락을 받을 것이다.

 사투 중이라고 들을 것이다.

 무심할 것이다.

 

 여기는 조금씩 지상과 일치하고

 길과 길 아닌 것을 구분하지 않고

 누워 있기 좋은 곳

 그대는 우리를 밟고 지나가겠지만

 

 우리는 우리의 무한한 친구가 되어간다.

 우리의 무한한 적에 도달한다.

 이 모든 것은 그늘이

 무섭게 깊어가는 이야기

 이윽고 완전한

 밤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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