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게 나는
다른 세계를 깨달았다.
방금 지나온 세계를.
그 세계에도 너라든가
너에게서 먼 곳 같은 것이 있을 텐데
깃털도 있고
깃털이 있으니 새도 있고
저녁의 하늘 쪽으로 쓰윽
사라져버리는 것이 있을 텐데
그러니까 그건 두고 내린 휴대전화인가.
지갑인가.
죽은 사람인가.
나는 만취한 채 택시를 타지도 않았다.
분실물 보관소가 어디 있는지 알 게 뭐야. 후회라니 그런 건,
개에게나 줘버려! 그 순간 불현듯,
나는 어둠이 매일 온다는 걸 처음 깨달은 사람이 되었다.
다른 하늘의 새 떼를 깨달은 사람이.
내가 없는 너의 하루를
가만히 수긍한 사람이.
차갑고 뒤늦은 곳에서 무엇인가 나를 불렀다.
목이 돌아가지 않는 곳에서
목소리만이 들려오는 곳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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