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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욱 - 택시에 두고 내렸다

 

영원이 아니라서 가능한:이장욱 시집, 문학과지성사 기린이 아닌 모든 것:이장욱 소설집, 문학과지성사 천국보다 낯선:이장욱 장편소설, 민음사 동물입니다 무엇일까요:이장욱 시집, 현대문학 혁명과 모더니즘:러시아의 시와 미학, 시간의흐름

 

 

 뒤늦게 나는

 다른 세계를 깨달았다.

 방금 지나온 세계를.

 

 그 세계에도 너라든가

 너에게서 먼 곳 같은 것이 있을 텐데

 깃털도 있고

 깃털이 있으니 새도 있고

 저녁의 하늘 쪽으로 쓰윽

 사라져버리는 것이 있을 텐데

 

 그러니까 그건 두고 내린 휴대전화인가.

 지갑인가.

 죽은 사람인가.

 

 나는 만취한 채 택시를 타지도 않았다.

 분실물 보관소가 어디 있는지 알 게 뭐야. 후회라니 그런 건,

 개에게나 줘버려! 그 순간 불현듯,

 

 나는 어둠이 매일 온다는 걸 처음 깨달은 사람이 되었다.

 다른 하늘의 새 떼를 깨달은 사람이.

 내가 없는 너의 하루를

 가만히 수긍한 사람이.

 

 차갑고 뒤늦은 곳에서 무엇인가 나를 불렀다.

 목이 돌아가지 않는 곳에서

 목소리만이 들려오는 곳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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