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이장욱 - 개폐

 

영원이 아니라서 가능한:이장욱 시집, 문학과지성사 기린이 아닌 모든 것:이장욱 소설집, 문학과지성사 천국보다 낯선:이장욱 장편소설, 민음사 동물입니다 무엇일까요:이장욱 시집, 현대문학 혁명과 모더니즘:러시아의 시와 미학, 시간의흐름

 

 

 오후 두 시의 그림자를 열고 네게 도착하였다.

 지갑을 열고 지금 이곳의 태양을 쏟아냈다.

 손바닥을 닫은 뒤에

 죽은 이의 사진 속으로 들어갔다.

 중국어를 들었다.

 

 잠을 잠그고

 베이징을 열고

 낯선 이름을 대며 인사를.

 니하오,

 날개가 돋는 중국의 새들을 바라보면서.

 

 나는 가능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너에게 폐쇄된 너의 뒷모습을 사랑하였다.

 겨울 속에서도

 공사 현장에서도

 그것을 열기 위해 애쓰는 사람들을.

 

 혼자 물끄러미 손을 넣어보는 시간이 있다.

 수긍할 수 없을 때가 있다.

 누군가 중국어로 안타깝다 안타깝다,

 라고 말한 뒤에

 캄캄하게 나를 쾅,

 닫아버렸다.

 

 중국의 새들이 날아오르는 하늘과

 손바닥으로 만든 차양과

 가난한 햇살 아래

 그림자를 열고 들어갔다.

 새들이 나를 닫을 때까지

 살아 있었다.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장욱 - 필연  (0) 2021.05.31
이장욱 - 괄호처럼  (0) 2021.05.31
이장욱 - 택시에 두고 내렸다  (0) 2021.05.31
이장욱 - 전봇대 뒤의 세계  (0) 2021.05.31
이장욱 - 신발을 신는 일  (0) 2021.05.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