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이장욱 - 괄호처럼

 

영원이 아니라서 가능한:이장욱 시집, 문학과지성사 기린이 아닌 모든 것:이장욱 소설집, 문학과지성사 천국보다 낯선:이장욱 장편소설, 민음사 동물입니다 무엇일까요:이장욱 시집, 현대문학 혁명과 모더니즘:러시아의 시와 미학, 시간의흐름

 

 

 (무언가를 보고 있었는데

 아무것도 보고 있지 않았다.

 내가 거기서 너와 함께 살아온 것 같았다.

 텅 빈 눈동자와 비슷하게

 열고

 닫고

 

 저 너머로 달아나는 너를 뒤쫓는 꿈

 내 안에서 살해하고 깊이 묻는 꿈

 그리고 누가 조용히 커튼을 내린다.

 그것은 홉,

 내가 삼킬 수 있는 모든 것

 

 오늘의 식사를 위해 입을 벌리고

 다 씹은 뒤에 그것을 닫고

 그 이후 배 속에서 일어나는 일

 몸에 창문을 만들지 않아도 가능한 일

 블라인드를 올리지 않아도

 

 길을 걷다가 조금씩 숨이 막힐 것이다.

 발을 헛짚어 푹, 

 꺼지는 구덩이가 되어

 이제 모든 것이 너를 포함할 것이다.

 가만히 제 눈꺼풀을 열어보는 사람이 되어

 무서운 어둠을 얻을 것이다.

 

 이것이 우리의 끝은 아니기 때문에

 나는 너의 모든 것을 품고 싶은 것이다.

 커다란 기념 수건으로

 잠든 네 입을 꼼꼼히 틀어막는

 이 기나긴 시간처럼)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장욱 - 깜빡임  (0) 2021.06.01
이장욱 - 필연  (0) 2021.05.31
이장욱 - 개폐  (0) 2021.05.31
이장욱 - 택시에 두고 내렸다  (0) 2021.05.31
이장욱 - 전봇대 뒤의 세계  (0) 2021.05.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