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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욱 - 신발을 신는 일

 

영원이 아니라서 가능한:이장욱 시집, 문학과지성사 기린이 아닌 모든 것:이장욱 소설집, 문학과지성사 천국보다 낯선:이장욱 장편소설, 민음사 동물입니다 무엇일까요:이장욱 시집, 현대문학 혁명과 모더니즘:러시아의 시와 미학, 시간의흐름

 

 

 나에게는 햇빛을 가리던 손차양과

 손등에 고였다가 사라진 햇빛 같은 것이 있었는데

 

 손가락을 신발 뒤축에 넣어 잘 신고

 발끝을 탁탁 바닥에 부딪쳐도 보고

 제대로 신었구나,

 생각하는 것인데

 

 아직 신발 속에 무엇이 있다.

 자꾸 커지는 무엇이.

 나와 함께 이동하는

 내가 아닌

 전 세계를 콕콕

 찌르는

 

 뾰족한 돌인가? 죽은 친구일 거야. 적이다. 아니

 내가 한 말인가.

 

 우리는 함께 걸어 다녔다.

 그것은 이물질이었다가

 나의 주인이었다가

 차가운 생활이 되었다.

 

 나는 아무렇지도 않게 잘 자고 잘 걸어 다니고 낯선 사람들을 잘 만났는데 드디어

 손가락을 들어 어디를 가리켰다. 목적지인가? 옛사랑인가? 오늘의 약속이라든가 사망시각

 어쩌면

 한 걸음 떨어진 곳

 

 나는 그리로 걸어갔다.

 그런데 왜 당신은 다리를 저십니까?

 길에서 누가 물어왔다.

 그의 눈과 코와 입이 영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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