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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욱 - 아침들의 연결

 

영원이 아니라서 가능한:이장욱 시집, 문학과지성사 기린이 아닌 모든 것:이장욱 소설집, 문학과지성사 천국보다 낯선:이장욱 장편소설, 민음사 동물입니다 무엇일까요:이장욱 시집, 현대문학 혁명과 모더니즘:러시아의 시와 미학, 시간의흐름

 

 

 나는 어제 아침에 일어났다가 오늘

 아침에 다시 일어났다.

 그것이 누가 죽어가는 긴 하루와 흡사하였다.

 

 창밖은 창밖끼리 모두 이어져 있는데

 19층의 창문들이 조금씩 다른 창밖을 가지고 있는데

 그것은 내가 여기서 바라보니까 누가 저기서

 이쪽을 바라보는 것

 

 바깥인데 거기서는 안인 곳에서 휙

 사라지는 사람이 있는 것

 어느 날 바라보면 문득

 뒤집힌 호주머니처럼

 

 나는 초원 한가운데 놓인 침대에서 깨어났다.

 죽은 영양과

 영양을 뜯어먹는 하이에나들 사이에서

 방을 잃어버리고

 어려운 적을 잃어버리고

 살과 뼈가 구분되지 않는 곳에서

 

 오늘 아침에는 세상의 창밖들이 모두 이어져서

 단 하나뿐이었다.

 지금 나에게는

 아침들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놀라운 초원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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