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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욱 - 아직 눈사람이 아닌

 

영원이 아니라서 가능한:이장욱 시집, 문학과지성사 기린이 아닌 모든 것:이장욱 소설집, 문학과지성사 천국보다 낯선:이장욱 장편소설, 민음사 동물입니다 무엇일까요:이장욱 시집, 현대문학 혁명과 모더니즘:러시아의 시와 미학, 시간의흐름

 

 

 나는 이 겨울을 조금만 하려고 한다. 그것이 움직이는 만큼만.

 아직 눈사람이 아닌 세계에서.

 

 아침에는 당근으로 긴 코를 만들어두었다.

 내일은 미리 앞니를 뽑고 겨울이 오면 백설기 같은 내장을

 

 머리는 끝내 크리스마스가 아니다. 심장은 연탄으로 돼 있지만 용서하지 않는다. 다리는 영영

 만들어지지 않은 것

 

 나는 빨간 장갑을 배에 붙이지도 않았고 빨간 모자를 쓴 적도 없고 빨간 피는

 잘 감추어두었다. 눈사람이 아니어서 마침내

 녹지 않는 세계에서.

 

 머리는 꿈속에 있고 몸통은 굴러가기로 한다. 밤새 조금씩 움직이는 것만이 겨울이기 때문에

 발자국들이 어지러운 밤이기 때문에

 지금은 소리 없이 쌓여야 하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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