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 겨울을 조금만 하려고 한다. 그것이 움직이는 만큼만.
아직 눈사람이 아닌 세계에서.
아침에는 당근으로 긴 코를 만들어두었다.
내일은 미리 앞니를 뽑고 겨울이 오면 백설기 같은 내장을
머리는 끝내 크리스마스가 아니다. 심장은 연탄으로 돼 있지만 용서하지 않는다. 다리는 영영
만들어지지 않은 것
나는 빨간 장갑을 배에 붙이지도 않았고 빨간 모자를 쓴 적도 없고 빨간 피는
잘 감추어두었다. 눈사람이 아니어서 마침내
녹지 않는 세계에서.
머리는 꿈속에 있고 몸통은 굴러가기로 한다. 밤새 조금씩 움직이는 것만이 겨울이기 때문에
발자국들이 어지러운 밤이기 때문에
지금은 소리 없이 쌓여야 하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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