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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욱 - 얼음처럼

 

영원이 아니라서 가능한:이장욱 시집, 문학과지성사 기린이 아닌 모든 것:이장욱 소설집, 문학과지성사 천국보다 낯선:이장욱 장편소설, 민음사 동물입니다 무엇일까요:이장욱 시집, 현대문학 혁명과 모더니즘:러시아의 시와 미학, 시간의흐름

 

 

 나는 정지한 세계를 사랑하려고 했다.

 자신을 의심하지 않는 세계를.

 나는 자꾸 물과 멀어졌으며

 매우 견고한 침묵을 갖게 되었다.

 

 나의 내부에서

 나의 끝까지를 다 볼 수 있을 때까지.

 저 너머에서

 조금씩 투명해지는 것들을.

 

 그것은 꽉 쥔 주먹이라든가

 텅 빈 손바닥 같은 것일까?

 길고 뾰족한 고드름처럼 지상을 겨누거나

 폭설처럼 모든 걸 덮을 수도 있겠지만

 그것이 가위바위보는 아니다.

 맹세도 아니다.

 

 내부에 뜻밖의 계절을 만드는 나무 같은 것

 오늘 아침은 영원이 아니라서 가능하다

 는 생각 같은 것

 알 수 없이 변하는 물의 표면을 닮은.

 

 조금씩 녹아가면서 누군가

 아아,

 겨울이구나.

 희미해.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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