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이장욱 - 생년월일

 

영원이 아니라서 가능한:이장욱 시집, 문학과지성사 정오의 희망곡:이장욱 시집, 문학과지성사 기린이 아닌 모든 것:이장욱 소설집, 문학과지성사 천국보다 낯선:이장욱 장편소설, 민음사 내 잠 속의 모래산:이장욱 시집, 민음사

 

 

 이전과 이후가 달랐다. 내가 태어난 건 자동차가 발명되기 이전이었는데, 해안도로를 달리다가 쾅! 가드레일을 들이받은 뒤에

 새로운 세기가 시작되더군.

 수평선은 생후 십이년 뒤 내 눈앞에 나타났다. 태어난 지 만 하루였다가, 십이년 전의 그날이 먼 후일의 그날이다가, 

 수평선이다가,

 저 바다 너머에서 해일이 마을을 덮쳤다. 바로 그 순간 생일이 찾아오고, 죽어가는 노인이 고개를 떨어뜨리고, 연인들은 처음으로 입을 맞추고,

 케이크를 자르듯이 수평선을 잘랐다. 자동차의 절반이 절벽 밖으로 빠져나온 채 바퀴가 헛돌았다.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장욱 - 핀란드  (0) 2021.05.05
이장욱 - 다섯시에서 일곱시까지의 끌레오  (0) 2021.05.05
이장욱 - 특성 없는 남자  (0) 2021.05.05
이장욱 - 장화 신은 고양이  (0) 2021.05.05
이장욱 - 당신이 말하는 순서  (0) 2021.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