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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욱 - 다섯시에서 일곱시까지의 끌레오

 

영원이 아니라서 가능한:이장욱 시집, 문학과지성사 정오의 희망곡:이장욱 시집, 문학과지성사 기린이 아닌 모든 것:이장욱 소설집, 문학과지성사 천국보다 낯선:이장욱 장편소설, 민음사 내 잠 속의 모래산:이장욱 시집, 민음사

 

 

 안녕. 너를 향해 손가락들이 자라나.

 손가락들은 편견으로 가득하다.

 발밑의 그림자들은 매일 다시 태어나고

 손끝은 내내 먼 곳을 좋아했네.

 아, 오늘은 광화문에서 만나지 않겠어?

 레종 하나 주세요.

 하지만 네가 없는 토요일은 너무 거대해서

 케이블티브이의 우울한 개그맨들

 만우절의 거짓말들

 마로니에공원 주변 도로는 노점상연합회 시위로 정체중입니다.

 구름을 향해 떠오르는 애드벌룬을 바라보며

 우리는 오후 다섯시처럼 가난해졌다.

 이제 먼 곳을 담고 있는 가까운 것에 대해 얘기해줘.

 목적지가 적힌 정류장 같은 것.

 나부끼는 깃발 같은 것.

 오늘은 모든 게 물질을 빌려 태어나는 오후.

 나는 나도 모르게 손끝에서 자라나고

 휴대전화 이용로 1만 9천원

 텅 빈 엘리베이터가 되어 하강하다가

 채무변제 15만원,

 너와 함께 십년 전의 바닷가가 되었네.

 한낮의 그림자들이 피어나 밤을 이루고

 밤의 손가락들에게는 가시가 돋고

 편견이 없으면 너도 거기 없겠네.

 이제 먼 곳을 담고 있는 그것에 대해 얘기해줘.

 내 어깨에 닿는 손가락의 떨림 같은 것

 수평선을 담은 파도 같은 것

 다섯시에서 일곱시까지의

 먼 곳에서 우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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