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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욱 - 핀란드

 

영원이 아니라서 가능한:이장욱 시집, 문학과지성사 정오의 희망곡:이장욱 시집, 문학과지성사 기린이 아닌 모든 것:이장욱 소설집, 문학과지성사 천국보다 낯선:이장욱 장편소설, 민음사 내 잠 속의 모래산:이장욱 시집, 민음사

 

 

 손 대신 발을 넣을 수 없을까.

 그곳에.

 호주머니의 깊은 곳에.

 핀란드의 어두운 겨울에.

 

 두 눈이 감기고

 두 귀가 깨어날 수 있도록.

 월요일의 핀란드라는 것은 아주 조용해서

 소리들도 나무처럼 자라니까.

 

 당신의 손수건이 하늘에서 타오르고

 잃어버린 길들은 문득 북극에 이르는 곳,

 아이들이 하나둘

 다른 아이들의 잠 속으로 흩어지는 밤이 오면

 태양이 동전처럼 빛나는

 그런 밤이 오면

 

 식물들이 안개를 생산하는 수요일

 모두가 안개를 열고 출근하는 목요일

 오늘 지폐의 일은 단지 깃발처럼 펄럭이는 것

 우리는 다섯 갈래의 운명을 감추고

 가위나 바위

 또는 보를 감추고

 마침내 금요일 밤과

 다시 유배자의 마음으로.

 

 아무래도 이곳은 관광지가 아니다.

 토요일이나 일요일도 아니다.

 누구나 차가운 허공을 동그랗게 쥐고 있다.

 한숨도 잠들지 못하는

 태양의 밤,

 거대한 손가락들이

 하늘에서 내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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