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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아 - 감각은 어떻게 실패했을까

 

오트 쿠튀르:이지아 시집, 문학과지성사

 

 

 점검한다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강조하고 싶었지

 다람쥐는 참 빨라 계곡으로 출근하는 파크레인저

 봉우리에 사는 사내가

 작은 트럭을 타고 털털털

 대관령 고개를 넘어갑니다

 저 봉우리에 사는 여자에게

 오늘 먹을 도시락을 전해줍니다

 

 칼슘 같은 걸 먹어야지

 뼈가 약해지면

 돗자리에 누워봅니다

 

 먼 풍경을 보면

 내 등이 혼자 울고 있는 것 같아

 

 노을이 지붕을 마십니다

 비행기가 하늘에 쓴 문락

 해변은 옆으로 누워서 한쪽 다리를 올렸다 내렸다

 운동합니다

 

 무덤 앞에서 절하는 사람들

 돗자리 위로 자연이 자라지 않으니까

 돗자리 밑으로 분노는 자라지 않으니까

 산소에는 화장실이 없습니다

 

 골짜기에 멍하니 있는 빨간 애. 정신 나간 애

 그 애와 경쟁심을 느낀다

 질투심을 느껴

 그 애 앞에 엎드립니다

 이렇게 해봐

 이렇게 해줘

 이렇게 하지 말자

 나는 빨간아기꽃버섯에게 오늘의 도시락을 전해줍니다

 

 오전 8시와 밤 8시는 왜 같은 바늘을 써야 하는지

 허물은 콘도에 벗어두겠습니다 

 비밀번호가 없는 방을 선택한다

 표현주의는 안식과 맛소금을 찾겠지만

 돗자리야

 그래도 여기가 네 자리는 아니지

 공동체를 부르는 건 속임수잖아

 

 가로등은 어떻게 미로를 끈 것입니까

 내일은 어둠과 우산을 나눠 쓸 테니

 웅얼거리지 마십시오

 

 여기는 아무도 없습니다

 미워할 대상이 없어서

 감각은 두 계단 위에 서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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