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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아 - 개인전

 

오트 쿠튀르:이지아 시집, 문학과지성사

 

 

 뒤집힌 체육복을 입는다. 박음질이 다 보인다. 허리가 작은 체육복은 피부에 자국이 남는다. 빨지 않은 체육복을 입는다. 냄새를 맡아본다. 음 아직 그대로야

 

 숨이 차면 뛴다. 집 근처 국립묘지를 돈다. 위병들은 무심히 서 있고, 도토리를 걱정하지 않는다. 비석을 넘어뜨리지 않는다. 레바논 전쟁 이야기를 듣는다. 죽은 시체의 등을 갈라 내장을 꺼내던 일. 기억은 시간을 이용한다. 무게를 줄이는 건 비슷해

 

 숨이 멎어도 혈압이 뛰고 있는 날. 나무들이 사람을 거두는 계절이 온다. 내 뒤로 청설모와 캥거루와 노루가 따라온다. 배낭과 지팡이와 운동화가 따라온다. 그들도 뛴다. 그들은 뛰다가 멈춘 내 몸을 가만히 쳐다본다. 국기를 보듯, 첫눈이 내린다. 모두 자고 있을 때, 우리는 전체를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