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 폭발하면 모자를 써요
모자를 쓰는 순간 우리는 비행접시가 돼요
하룻밤을 날아 새로운 행성을 찾거나
푸른 은하를 살피며 기억나지 않는 별들에 대해 묻죠
우주가 아름답다는 믿음은
확인되지 않은 가설
미확인비행물체처럼 떠다니는 말의 정거장들과
폐기처분된 접시들이 중력과 척력 사이에서 부유해요
별과 별 사이를 날 땐 아인슈타인의 물리학을 의심해야 해요
관계는 상대적이지만 상처는 늘 절대적이니까요
날카로운 상처들을 피해 순간이동을 하고
슬픔은 빛의 속도로 버려요
낯선 언어는 걱정하지 말아요
새로운 별들은 많고
계수나무마다 챙이 둥근 모자 열리니까요
문제는 블랙홀이죠
우주에는 밝혀진 블랙홀만도 10의 10승으로 존재하고
불면의 밤마다 마신 커피나
아침에 쏟아버린 블랙커피처럼
내일의 블랙홀은 더 많아요
그것들은 대개
우리가 어떤 행성을 사랑하게 되었다거나
다른 접시들과 관계를 맺으려 할 때 발견되죠
당황하지 말고 모자를 벗어요
모자를 벗는 순간 모든 혐의에서 벗어나게 되니까요
미확인이 되니까요
맘에 드는 정거장으로 가서 며칠 쉬는 거예요
그러다가 어느 날
접시들 반짝이는 우주의 극장이 그리워지면
모자를 써요
우리는 비행접시가 되고
낯선 행성에 불시착해 교신을 하고 있거나
중력 이불 끌어다 덮으며 접시처럼 밤을 포개고 있겠죠
별들의 폭발중에 발견되기도 하겠죠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여성민 - 방과후 (0) | 2021.05.01 |
---|---|
여성민 - 비밀 (0) | 2021.05.01 |
여성민 - 모호한 스티븐 2 (0) | 2021.05.01 |
여성민 - 언약 (0) | 2021.05.01 |
여성민 - 접은 곳 (0) | 2021.05.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