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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민 - 방과후

 

에로틱한 찰리:여성민 시집, 문학동네 부드러움과 해변의 신:여성민 소설, 민음사

 

 

 깨진 유리 같은 것이 계속 반짝였어

 애들은 번지점프를 하러 간대

 

 그런데 얼굴은 손수건으로 가지고 간대

 저기가 세계의 끝일 거야

 

 우리는 두꺼운 전화번호부를 한 장씩 찢어 불을 피웠어

 한 아이가 울고 두 아이가 울었어

 

 세 아이가 웃었어

 그러자 다 같이 웃는 것 같았어

 

 옥상에 전화 부스가 있는 이유는 아무도 설명해주지 않았어

 번지점프와는 상관이 없대 멀리서

 

 옥상에는 왜 예쁜 페인트를 칠하지 않는 걸까

 내일은 번지점프를 하며 반짝일 거야

 

 아무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모두가 일어난 것 같았어

 아무 얼굴이나 들고 어디를 향해 가려는 불빛처럼

 

 각자 아무 방향으로나 걸어가고 있었어

 아는 애들이 오토바이를 타고 빠르게 지나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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