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자나무 아래 앉아 엄마는 명자나무를 생각한다
엄마 아래 앉아 나는 명자가 무엇인가 생각한다
명자나무는 명자를 모른다
어둠 속에서 나는 어둠의 무엇에 대해 생각한다
나무의 어둠은 무엇인지 꽃의 어둠은 꽃인지
어둠의 속에 대해 생각한다
어둠은 꽃처럼 나무 아래 쌓인다
어둠이 벽으로 부푸는 한순간을 본다
벽은 하나의 순간이다
벽에는 바람의 선들이 잠들어 있다 누가 바람의 실을 뽑아낸다
바람이 분다,
영원히 소멸하며 벽이 서 있다
어둠에는 무엇이 없어 어둠 속에서 나를 뽑아내지 못한다
명자는 명자나무를 안다
명자나무는 어둡다
명자나무 아래 누워 나는 어둠의 일을 생각한다
어둠의 일은 어둠이 하는 일이라 어둡다
무엇의 일은 무엇이 하는 일이라 무엇이라 말할 수 없다
엄마는 명자나무 아래 누워 명자나무 아래를 생각한다
명자나무는 어둡다
바람이 분다,
무엇이 무엇을 쏟아놓을 때
소멸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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