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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승언 - 카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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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원을 논하는 건 어리석은 일이라

 말씀하셨지요

 수업은 끝났습니다

 

 어제 당신이 쬔 햇볕이 이제야 내게 쏟아집니다

 

 당신이 숲 속으로 사라지면 수업은 시작됩니다

 아무도 없는 교실에서

 

 당신의 말씀을 기다렸습니다

 그늘 사이로 나무 그늘이 끼어드는 책상에 앉아

 나무의 속을 생각했어요

 상처 없이는 들을 수 없는 총보에 대해 말입니다

 

 칠판의 고요에 귀를 기울이면

 나를 삼키려는 숲이 들립니다, 아마 아닐 테지요

 나는 나무의 속에 스며든다고 느낍니다

 

 이끼가 자신이 이끼인 것을 모르듯이

 풍경 속에서 풍경은 잊히고

 나무의 속에 있어 나무의 속을

 모른다 말했습니다

 

 당신의 말씀을 기다렸습니다

 

 한곳을 맴도는 물소리만이 들린다는 것

 이 교실에 내가 없다는 것

 

 풍경이 잠시 나를 생각한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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