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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보영 - 불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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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워서 나는 내 옆얼굴을 바라보고 있다

 내 옆의 새벽 2시는 회색 담요를 말고 먼저 잠들었다

 

 이불 밖으로 살짝 나온 내 발이

 다른 이의 발이었으면 좋겠다

 

 애인은 내 죽음 앞에서도 참 건강했는데

 

 나는 내 옆얼굴에 기대서 잠을 청한다

 옆얼굴을 베고 잠을 잔다 꿈속에서도 수년에 걸쳐 감기에 걸렸지만

 나는 여전히 내 발바닥 위에 서 있었다 발바닥을 꾹 누르며

 그만큼의 바닥 위에서 가로등처럼 휘어지며

 

 이불을 덮어도 집요하게 밝아 오는 아침이 있어서

 

 부탄가스를 흡입하듯

 옆모습이 누군가의 옆모습을 빨아들이다가

 

 여전히 

 누군가 죽었다

 잘 깎아 놓은 사과처럼 정갈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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