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가고 있다
과수원으로
가족이 모여 있다
가족을 지나
걸어간다
과수원으로
휘파람 불었다
침묵 바깥으로
입술 내밀고
사자가 밤을 끌며 걸어온다
횃불 하나가 지나간다
과수원으로
어른들이 몰려간다
낫도 없이 가서
낱알로 쓰러진다
판결 이후
걸어간다
과수원으로
열린 문으로
광장은 공원으로
어른은 정강이뼈로
대체되었고
새들은 법을 잊었다
'공중을 철거할 것'
침묵을 허물며
돌아오고 있다
내가 부른 휘파람이
나를 부르고 있다
낫을 멘 사자가
걸어오고 있다
목을 달라고,
목이 필요하다고
목메어 노래하며
가족은 모여 있다
나를 등지고 나란히
목매달고 있다
과수원에서
재활 중인 새들이 있다
이곳의 법도 모르는 채
횃불 하나가 지나간 자리로
횃불 하나가 지나간다
간질처럼
어둠이 간격을 두고 계속된다
낫을 흔들며
휘파람 불었다
밤을 끌며
돌아가고 있다
과수원에서
과수원으로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송승언 - 죽은 시들의 성찬 (0) | 2021.04.07 |
---|---|
송승언 - 피동사 (0) | 2021.04.06 |
송승언 - 철과 오크 (0) | 2021.04.06 |
송승언 - 새와 드릴과 마리사 (0) | 2021.04.06 |
송승언 - 내 책상이 있던 교실 (0) | 2021.04.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