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지하실에서 죽은
내가 줄줄이 발굴되었다
어둠 속에서 깜빡이는 얼굴들, 어둠 속에서 나타나는 얼굴들
잇따라 나오는 나체들 생각해보니 나는 참
잘도 죽었구나
이제는 꽤 많이 쌓인 것 같은데
그러거나 말거나 놔두고 살았지
맨발로 가볍게 밟으면서
이걸 언제 치우나 싶어 엄두가 나질 않았는데
슬그머니
너희들 도망가고 있었다
놀자, 데굴거리며 따라다니던 너희들
몰래 한 명씩 한 명씩 사라졌지
나와 놀자, 따라다니던 너희들
눈길도 주지 않았건만 어느새
방 말끔하게 비워져 있었네
종 울린다
홀로 복도에 서서
다리에 멈춘 밤기차 보다가
환한 불빛 아래 물끄러미 쳐다보는 사람들
눈 마주쳤지 익숙한 얼굴들
뭐가 그리 좋은지 볼 빨개져 재잘대는 너희를 보다가
그만 나도 모르게 손 흔들었다
안녕,
어제와 오늘을 축복하면서 행복해야 해
한껏 손 흔들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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