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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형 - 일월

 

숲(ㅅㅜㅍ):김소형 시집, 문학과지성사 좋은 곳에 갈 거예요, 아침달

 

 

 어제, 지하실에서 죽은

 내가 줄줄이 발굴되었다

 어둠 속에서 깜빡이는 얼굴들, 어둠 속에서 나타나는 얼굴들

 잇따라 나오는 나체들 생각해보니 나는 참

 잘도 죽었구나

 이제는 꽤 많이 쌓인 것 같은데

 그러거나 말거나 놔두고 살았지

 맨발로 가볍게 밟으면서

 이걸 언제 치우나 싶어 엄두가 나질 않았는데

 

 슬그머니

 너희들 도망가고 있었다

 

 놀자, 데굴거리며 따라다니던 너희들

 몰래 한 명씩 한 명씩 사라졌지

 나와 놀자, 따라다니던 너희들

 눈길도 주지 않았건만 어느새

 방 말끔하게 비워져 있었네

 

 종 울린다

 홀로 복도에 서서

 다리에 멈춘 밤기차 보다가

 환한 불빛 아래 물끄러미 쳐다보는 사람들

 눈 마주쳤지 익숙한 얼굴들

 뭐가 그리 좋은지 볼 빨개져 재잘대는 너희를 보다가

 그만 나도 모르게 손 흔들었다

 

 안녕,

 어제와 오늘을 축복하면서 행복해야 해

 한껏 손 흔들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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