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기진 아이는 썩은 과일 물고
난간에 올라
내장이 터진 새들을 쫓는다
쉴 곳 없어 몸을 움츠린 채
창가에 매달려 있으면
사람들은 그들을 걷어 옆집 옥상에 올라가
살그머니 빨랫줄에 널어놓지
아스라이 솟은 지붕에다가 몰래 올려놓고
콧노래 부르며 그 광경이 보기 좋은지 한참을 바라보네
언제였을까
내 입에서 작은 손이 솟아 온몸을 꿰뚫었는데
귀찮아서 힘껏 뽑아버렸더니
그 구멍에서 아이들이 자꾸만 태어났어
떨어져나간 손은 지금도 내게 기어와
정신없이 아이들을 끄집어내고 있는데
그걸 아무리 말해도 사람들은
그런 일이 있을 수 있나요,라며 화들짝 놀라고
시치미 떼며
자상하게 입에 낡은 기도문을 물려놓는다
저기 앉아 놀고 있는 아이를
어떻게 할까 즐겁게 생각하면서
어떻게 해볼까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으면서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김소형 - 습관 (0) | 2021.04.05 |
---|---|
김소형 - 일월 (0) | 2021.04.05 |
김소형 - 하얀 장미, 숲 (0) | 2021.04.05 |
김소형 - 사랑, 침실 (0) | 2021.04.05 |
김소형 - 정전 (0) | 2021.04.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