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이소호 - 아무런 수축이 없는 하루

 

캣콜링:이소호 시집, 민음사 이노플리아 어느 푸른 저녁 젊은시인 88트리뷰트 시집, One color | One Size@1 나의 생활 건강, 자음과모음, 9788954446891, 김복희,유계영,김유림,이소호,손유미,강혜빈,박세미...

 

 

 밤에는 낮을 생각했다

 형광등에 들어가 죽은 나방을 생각했다

 까무룩 까마득한 삶

 셀 수 없는 0 앞에서 우리

 

 대각선으로 누워 식탁에 버려진 아귀의 시체를 센다

 삭아 가는 아귀의 눈알을 판다 우리는 저녁으로 아귀가 저지른 잘잘못을 울궈 먹었다 벙긋 벌리고 헤집고

 닫는다 나는

 

 곰팡이가 핀 아귀찜의 여린 살을 발라 먹는다 엄마는 부엌에서 아귀를 발라 내게 입힌다 나는 가방도 되고 통장도 되고 남편도

 된다 면장갑에 고무장갑을 끼고서야 내 손을 잡는 엄마

 남기지 마 이런 건 가시까지 씹어 먹는 거야 엄마는 내 입을 벌리고 젖을 물렸다 엄마는 말아 먹는 것을 좋아하니까 나는 입안 가득 우유를 쏟고 우유가 묻은 팬티를 입고 우유가 묻은 손가락을 목구멍에 넣고 삼키지 못해 둥둥 떠다니는 내

 혀

 

 두루마리 휴지처럼 흐느끼는 엄마

 

 엄마와

 숟가락에 넘치는 아귀에 대해 생각했다

 아무런 수축이 없는 하루에 대해

 생각했다

 

 언제나

 밤이면 낮을 생각했다

 우리는 식탁을 뒤로 걸었다

 낯선 곳에 있으면 다정해졌다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소호 - 엄마를 가랑이 사이에 달고  (0) 2021.03.30
이소호 - 함께 세우는 교회  (0) 2021.03.30
이소호 - 동거  (0) 2021.03.30
윤의섭 - 도착 혹은 도착  (0) 2021.03.30
윤의섭 - 바람 속의 벚꽃  (0) 2021.03.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