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윤의섭 - 바람 속의 벚꽃

 

어디서부터 오는 비인가요, 민음사 묵시록:윤의섭 시집, 민음사 마계, 민음사 내가 다가가도 너는 켜지지 않았다, 현대시학사, 9791186557853, 윤의섭 저 붉은 달은 미친 듯이 궤도를 돈다, 문학과지성사

 

 

 이쯤 되면 꽃이 바람을 불러들인다고 봐야 한다

 기다렸다는 듯 일제히 떨어져 내린다

 바람을 타고 어디로든 휘날려 가는

 제노사이드 인간계에서는 축제라 불리는 화우

 화무십일홍의 꿈이란 풍장에 대한 긴 문장을 읽어 주는 일

 

 동화가 끝날 때까지 우린 결코 잠들 수 없어요

 

 자결에 이르도록 외로웠다

 만화의 절정을 바람으로 마무리 짓는 저 화사한 종말

 바람 속에서 꽃들은 내생을 적는다

 

 이루어질지 알 수 없는 점문이지요 잠에서 깨어날지는 아무도 몰라요

 

 살기 위하여 꽃은 바람을 불러들인다

 비늘인 듯 바람결을 따르고 구름보다 빠르게 하늘을 뒤덮고

 미친 사람 웃는 잇몸처럼 찢어지거나 섬뜩한

 혹은 묵묵한 장례의 행렬

 

 그러니까 이건 역사입니다 반복된다고 졸지 마세요

 

 아무도 보지 않는 산속에서도 꽃은 진다

 무서운 일이다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소호 - 동거  (0) 2021.03.30
윤의섭 - 도착 혹은 도착  (0) 2021.03.30
윤의섭 - 예후  (0) 2021.03.29
윤의섭 - 필담  (0) 2021.03.29
윤의섭 - 머리카락  (0) 2021.03.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