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한 대 없는 국도의 어두운 점막을 찢으며 전진 중이다
물만 줄 뿐인데 내리 가지가 돋는 행운목은 괴기했지만
비좁은 베란다에 어머니는 더 큰 화분을 들여놓고 싶다고
뒷좌석에서 무성한 잎을 흔들며 웃고 있는 나무
화원에서 출발한 시각이 떠오르지 않는데
그새 더 자랐는지 방지턱을 넘을 때마다 머리카락이 자꾸 눈을 가린다
행운이라는 희귀종을 몇 그루나 만져 보았나 그걸 따지고 앉았으니
한심하다 안개마저 꼈고 어느새 여기까지 온 걸까
귀하다는 행운목 꽃을 보았으니 나도 웃고 넘어가야지 조금만 더
조금만 더 기다려 달라고 아직은 때가 아니라고 했지만
모든 유예는 이미 끝 이후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생신 잔치 가는 길에
무덤가에 저렇게 예쁜 꽃이 피었네
중얼거리는 어머니 말씀이 차창 밖에서 들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