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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의섭 - 파편

 

어디서부터 오는 비인가요, 민음사 묵시록:윤의섭 시집, 민음사 마계, 민음사 내가 다가가도 너는 켜지지 않았다, 현대시학사, 9791186557853, 윤의섭 저 붉은 달은 미친 듯이 궤도를 돈다, 문학과지성사

 

 

 무의미해졌다는 결론에 이르렀고 이미 전혀 다른 종족이다

 돌이킬 수 없는 조각들의 날 선 모서리는 어리둥절한데

 떨어져 나와서는 모두 죽음 이후였기 때문이다

 

 이 생존은 긴 발작이다

 

 꽃을 살리기 위해 살충제를 뿌리는 나날

 얼마나 죽어야 아름다워질 수 있을까

 

 복원을 포기하면서도 매번 떠올리지

 떠올리지

 

 낙원의 방향은 이후가 아니라는 것 사방으로 흩어질 때 원형으로 퍼지는 건 남들보다 멀리 가기 싫어서고

 언제까지인가에 대해 생각해야 할 불가능한 시간만이 생겼을 뿐이다

 

 낙엽도 빗방울도 눈송이도 입 밖으로 튀어 나간 말도 느린 눈물도 벤치에 수그리고 앉은 몸도

 지구도

 성하도

 

 끝내는 숭배의 자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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