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당신은 이 운세를 보게 될 것입니다 절망과 포기와 무책임과 궤멸의 때입니다 충분히 지쳤고 영혼마저 죽어 갑니다 그래도 새벽엔 산책 삼아 걷고 싶었나 봅니다 물안개는 승천하지 못한 미련입니다 아직 지지 않은 달은 패착이었습니다 산책은 당신의 의지가 아니라 수순이었을 뿐입니다 저녁엔 창밖을 바라봅니다 눈송이들의 음계에는 후렴이 없습니다 녹아 사라져 갈 뿐 찬란한 후생이란 없는 것입니다 이제 당신은 쓰러질 힘조차 없이 어둠에 묻히고 물 밖에 나온 물고기처럼 질식의 아가미를 열어 놓은 채 명운이 다합니다
물고기자리
나는 예언이 이루어진다는 예언인 듯 산 것이다
꿈을 팔지 말아야 했다 손금을 믿지 말아야 했다 늦게라도 잠들었어야 했다 결코 깨어나지 말았어야 했다 편지를 쓰지 말아야 했다 일 분이라도 늦게 나가야 했다 우산을 들고 나가야 했다 기차를 타지 말아야 했다 보지도 듣지도 말하지도 말아야 했다 피할 수 없다고 믿지 말았어야 했다
제비꽃을 좋아하고 몽상을 즐긴다
소음인 체질이고 메말랐다
관운의 사주였다 나는
계획대로였을까
언젠가 당신은 다시 이 운세를 보게 될 것입니다 믿지 않는다면 믿지 않을 것이라고 쓰입니다 말도 안 된다고 하면 부인할 것이라고 적힙니다 당신의 금전운 애정운 직장운 학운 성적운 모두 지금과 크게 달라지지는 않습니다 그렇게 살다 갈 겁니다 창밖에 눈이 내립니다 당신은 훗날 저 수많은 눈송이 중 한 송이입니다 찬란한 비상은 없고 질척이는 지상에서 파닥거리다 불운이 다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