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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호 - 엄마를 가랑이 사이에 달고

 

캣콜링:이소호 시집, 민음사 이노플리아 어느 푸른 저녁 젊은시인 88트리뷰트 시집, One color | One Size@1 나의 생활 건강, 자음과모음, 9788954446891, 김복희,유계영,김유림,이소호,손유미,강혜빈,박세미...

 

 

 잘린 배를 사각빤스로 가렸다

 두피가 훤히 드러나는 정수리를 들켰다

 나는 헤진 머리카락을 가발로 덧씌우고

 엄마를 아빠 몰래 배 안에 숨긴다

 

 하루 이틀 나는 엄마를 가랑이 사이에 달고 숫자를 센다 사흘 나흘 그렇게 열 달 동안 꾹꾹 밟고 나온 방광으로 질질 엄마를 낳고 엄마를 키우고 엄마를 먹이고 입히는 동안, 아빠는 노랗게 물든 사각빤스 안에 고추를 넣고 밤마다 고무줄놀이를 했다 한 달 두 달

 

 퉁퉁

 

 고추는 오줌보를 터트리고 배를 터트리고 다리 사이를 터트렸다

 

 자장자장 우리 엄마

 

 나는 엄마 입안에 밤을 송이째 물리고 아빠의 갈비뼈를 고아 재웠다 알지? 다 엄마를 위해 그런 거야 그러니까 찍소리도 내지 마 우린 아빠 갈비에서 태어났잖아 일요일에 조느라 또 못 들었지? 아빠는 하늘 우리는 땅 하늘 땅 별 땅

 

 퉤퉤

 

 나는 대추처럼 잔뜩 쪼그라든 채로, 음부를 명주실로 꿰매고 연고를 덕지덕지 바르고 한 달 두 달 열 달 퉁퉁

 기다렸다 나를

 

 있잖아 엄마, 배 안에 누굴 태운다는 것은 정말 징그러운

 일이야

 징글징글하지 그러니까 아빠한테는 비밀이야

 내가 아직 여자라는 건

 

 나는 닭처럼 돋은 살을 다 뜯어냈다

 물었다 엄마에게

 솔직히 말해 봐 이젠 처녀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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