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결이 오고 있는 곳은 이야기의 끝 약 이백 페이지 남짓한 지점이었다 편지는 날아올라 그것을 본 내게 별이 더 이상 비약하는 것으로 보이지 않게 만들고 있었다
'우주가 시작된 곳은 어디인가' 하는 질문에 천문학자는 '그것은 그것의 내부에서 온다'고 대답했다
첫 이야기는 죽은 것을 포란하는 어떤 성조에 관한 것이다 자침의 방향은 발바닥을 들고 도서관의 나를 기다렸다 책이 동물의 배태 같았기에 나는 그 책의 산도를 향해 새가 날고 있다고 여겼다
방충망 틈으로 잔잔한 환역이 와도, 잔잔함의 부피는 방충망을 통과하지 못할 것이다 시간 역시 발바닥을 들고 내 귓전으로 두 다리를 데려오고 있었다 선천의 혹은 후천의 애인들에게 사람들은 감격했고, 토론했고, 비탄에 빠졌다
죽은 동물의 머리뼈 안에 꿀을 만드는 벌의 이야기다 서쪽의 별자리는 소변을 모아두는 작은 두개골 같았다 옥상이 구름을 열광하더라도 잘 찢어지는 종이공예품 같은 우리의 성감대를 탓하지 말자, 사람은 확신에서 신비를 얻기도 하는 거니까 신발처럼 뒤엉킨 우리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문밖을 좀더 복잡하게 사랑하는 일 할아버지여, 저 괴로운 별이 병을 달라고 울부짖고 있어요 오래 물었던 구충청량제를 역연의 별에게 뱉는다
또다른 이야기 [오케아노스의 일곱 딸]에서, 옆집 아저씨가 깨진 망원경에게 '서쪽 하늘에서 다시 만나자'라고 말한 건 너무 슬펐다 반신을 밴 오케아노스의 일곱 자매는 오줌 누기가 힘들었다 내 베개는 종종 서쪽 하늘의 발목 자국을 소중히 끌어안고 있었다 더러 인간을 사랑한 것을 부끄럽게 여긴 별도 있었다 임신중독, 그것이야말로 밤하늘을 무심한 것으로 상상한 자의 증상이었다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조연호 - 결말의 꽃 (0) | 2021.02.24 |
---|---|
조연호 - 같은 씨종의 눈물 (0) | 2021.02.24 |
조연호 - 검은 밤 뒤의 흰 밤 (0) | 2021.02.24 |
조연호 - 여름 (0) | 2021.02.24 |
김민지 - top note 외 9편 (2021 파란 신인상 시) (0) | 2021.02.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