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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연호 - 악마의 정원사

 

천문, 창비 저녁의 기원:조연호 시집, 최측의농간 유고:조연호 시집, 문학동네 암흑향, 민음사

 

 

 그때 악마는 자신의 정원에

 경험한 대로의 천상을 만들고

 폭설로서의 나무를 심고 있었다

 

 처음으로 열 손가락 모두를 세우고 자기 얼굴을 할퀴며

 붉은 과실은

 정신의 타액에 물질의 근심을 섞는다

 

 거식에 대한 남다른 재주

 자기 집에 불을 지르는 재주

 훨씬 적게 상대를 걱정하는 편지를 쓰는 재주

 그런 재주가 오늘의 허기를 눈송이로 채우고 있었다

 

 운동화와 사다리를 합친 나이쯤

 애벌레는 헐거운 객지에 대해 어버이가 될 준비를 하고

 

 그때 악마는 정원의 쐐기풀에 종아리가 부어오르고

 자기의 거울이 착한 사람을 비추지 못해 엉엉 울었습니다

 하지만 가설이기 때문에 아프지 않아요

 

 그가 자신의 길고 아름다운 머리 두 개와 싸우던 길 위엔 다만

 오랫동안 심지를 올려둔 저녁놀의 온도로

 나무가 날아오른다 곧 정육이 될 짐승처럼 따뜻한 콧김을 뿜으며

 저길 봐, 정든 낙엽이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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