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고 있다고 좋은 일이 있는 건 아니다 가장 낡은 회전목마는 가장 밝게 웃고 있었다 나무가 웃을 수 있다니 어쩐지 겁이 났다
여동생은 목마 대신 마차를 탄 채 빨리 달리라고, 말을 탄 내게 소리친다 목마는 더 빠르게 달리지 않았다 엉덩이를 때리거나 발을 굴러도
어느 것도 달라지지 않는다는 건 알고 있다
딱딱한 갈기를 쥐어뜯어도 말은 웃고만 있었다 나는 얼얼한 손가락을 부여잡고 동생에게, 미안해 미안해, 같은 곳을 돌며 같은 말을 반복했다
그래도 동생은 웃었다 회전목마를 타면 왜 웃기만 하는 걸까 발바닥이 자라면 빨리 달릴 수 있을 텐데 우리는 말을 타기 전보다 조금도 자라지 않았다
무엇이 무서워서 우리는 떠나는 것일까 무엇이 나무를 달리게 하는지 알 수 없었지만 목마를 타면 웃어야 한다는 건 알고 있었다 우리보다 키 큰 사람들이 줄을 기다리면서 점점 작아지고 있었다 목마를 달리게 하는 방법을 알고 있다는 듯이 웃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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