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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연 - 공작 도시

 

불온한 검은 피:허연 시집, 민음사 당신은 언제 노래가 되지:허연 시집, 문학과지성사 오십 미터:허연 시집, 문학과지성사 내가 원하는 천사, 문학과지성사 시의 미소:허연 시인과 함께 읽는 세계시인선, 민음사

 

 

 열여덟 살이었어요

 월곡동에서

 처음 몇 방울의 사랑을 팔았던 때가

 

 성모상이 서 있는

 산재병원 옆 골목

 날마다 충혈된 하늘엔

 고향 마을이 반점으로 박혀 있더군요

 

 비를 기다렸어요

 길 건너 야간학교의

 체육 수업을 훔쳐보며

 내리지 않는 비로 서 있었어요

 

 새벽 가로등 밑에서

 그림자 놀이를 하던

 신문팔이 소년의 가느다란 손목과

 여름내 눈물을 삼키다 잠든

 깃발들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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