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까까머리 중학생 하나가 소주에 취해 교실에
들어오다 여선생에게 뺨을 맞고 있었다
봄볕은 뜨거웠다
그날 밤 녀석은
미군 부대 담벼락에 유화를 그리고 있었다
밤새 막걸리에 취한 과부 엄마를 그리고 있었다
2
아교질의 비가 내리던 날
상식을 무시한 청년들이
권총을 들고 굴다리 여인숙에서 쏟아져 나왔다
그들에겐 여자가 있었고, 아이들이 있었고
돈이 없었다
불꽃같았지만 너무 잠깐이었다
세월은 계급이었고, 독약이었고
겁에 질린 어머니였다
3
가슴에 묻을 게 많았다 너는
철로변에 살았고, 조막손이었고
빵을 훔치던 계집애를 사랑했고
너는 진흙탕 위에 발자국을 찍었던가
예수를 그렸던가
장미꽃 한 다발 바닥에 버려지고
그게 전부였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