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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연 - 필름

 

불온한 검은 피:허연 시집, 민음사 당신은 언제 노래가 되지:허연 시집, 문학과지성사 오십 미터:허연 시집, 문학과지성사 내가 원하는 천사, 문학과지성사 시의 미소:허연 시인과 함께 읽는 세계시인선, 민음사

 

 

 1

 까까머리 중학생 하나가 소주에 취해 교실에

 들어오다 여선생에게 뺨을 맞고 있었다

 봄볕은 뜨거웠다

 

 그날 밤 녀석은

 미군 부대 담벼락에 유화를 그리고 있었다

 밤새 막걸리에 취한 과부 엄마를 그리고 있었다

 

 2

 아교질의 비가 내리던 날

 상식을 무시한 청년들이

 권총을 들고 굴다리 여인숙에서 쏟아져 나왔다

 

 그들에겐 여자가 있었고, 아이들이 있었고

 돈이 없었다

 

 불꽃같았지만 너무 잠깐이었다

 세월은 계급이었고, 독약이었고

 겁에 질린 어머니였다

 

 3

 가슴에 묻을 게 많았다 너는

 철로변에 살았고, 조막손이었고

 빵을 훔치던 계집애를 사랑했고

 

 너는 진흙탕 위에 발자국을 찍었던가

 예수를 그렸던가

 장미꽃 한 다발 바닥에 버려지고

 그게 전부였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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