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서 갓 올라온 여공들이
수다를 떨며 무단 횡단을 하던
그 거리 뒤편에는
주거 부정의 고양이들이
해장국집 쓰레기통 부근에 모여 있곤 했습니다
마을버스가 돌아오면
하루 종일 강요에 지친 다 똑같은 얼굴들이
제각기 골목으로 떠밀려 가고
팔뚝에 문신을 새긴 아이들이
벼랑으로 몰린 채 비에 젖고 있었습니다
선택이라는 말은 한번도 있어 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저 절망을
주택복권이나 몇 잔의 술로 대신하는
나름대로의 재주가 있을 뿐
우리에겐
텔레비전이나 소문에 묻어 오는 자유가
전부였습니다
실직한 청년들은 밤새
금이 간 남의 집 벽에다
낯 뜨거운 사랑을 그리기도 했습니다
아무렇게나 쓰러지고
아무렇게나 만들어진
서울특별시 노원구 상계동
그래도 아침이면
어느새 능청스러운 햇살이
방 한가운데 들어와 있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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