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참 약속이 있다. 새 장갑을 끼고 이마를 짚어본다. 약속은 부끄럽다. 약속 옆에 누울 수가 없다. 이대로 식물군을 쏟아내는 식물과 함께 머무르고 싶다. 파란 물이 들 때까지 식물을 손으로 문지르고 싶다. 약속이 켜지면 아무 혀를 내밀어도 파랗다.
오늘은 참 성격이 없다. 오늘의 버릇이 없다. 무턱대고 유람선이 떠 있는 버릇을 갖고 싶다. 물보다 빨리 떠내려가는 유람선을 고백하고 싶다. 물이란 이미 폭파된 것이어서 그 속으로 들어갈 수가 없지 오늘 하루가 버릇이 되어서 그 속으로 들어갔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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