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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재 - 오늘 하루 무사하리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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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에 일어나면

 내가 조금씩 빠져나갔다

 

 이러면 안 된다는 말은 벌써 이렇게 했다는 말일까

 

 과거에 일어난 일은 지금도 일어난다 이를테면 어디서나 달려오는 자전거나 어떻게든 헤어지는 사람들 미끄러지는 사람들

 

 필요한 일은 아니지만 필요 없는 일들이 필요한 날이 있다

 

 풍선처럼

 풍선을 부는 일처럼

 

 바람은 바람의 의지일까 지구의 의지일까 우리의 의지일까 풍선만큼 줄어들며 생각했다 잠이 든 새를 대신해서 생각했다 누군가 있는 힘껏 옆구리를 꼬집을 때까지 대신 살고 대신 웃었다

 

 돌아오면

 탁자 위에는

 반쪽만 남은 사과

 

 화투 점을 치는 엄마는 자주 뒤집혀서 입을 다 닦고서야 나갔고

 우리는 닦아도 닦이지 않는 검버섯처럼 아무렇게나 피었다

 

 그러면 못쓴다는 말은 이미 못쓰게 됐다는 말이다

 

 하루아침에

 다른 얼굴이 되어

 

 각자의 주름 사이로 몸을 숨기고

 

 검게 그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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