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수수 잎이 타는 계절
지평선은 빛난다 멀어서, 다가가면 더 멀어서, 몸은 흐려지고 나날은 길어, 길고 가는 숨이 나보다 먼저 나를 발견할 때
후후, 숨을 내뱉으면
호호, 김이 퍼져가고
얼어붙은 유리창에서 퍼져가던 손가락의 온도, 뜨거운 눈이 내렸고 볼 빨간 아이들은 줄지어 숲 쪽으로 걸었다 말을 나누듯 얼음을 서로의 입에 넣어주며 타는 숲속으로 걸어갔다 뒤를 모르는 아이들의 이마는 서늘하고 가슴은 뜨거워
돌아보면
어느덧 귀를 막는 여름
창문은 바닥으로 떨어지고 숲이 떠오른다 고양이가 고양이를 물고 웅덩이를 건너가고 무릎이 생긴 바람이 돌 때, 도는 바람은 시려
떠다니는 것들, 떠나가는 것들, 주먹을 쥐고 문 앞을 서성이는 것들
뜨거운 숨을 내뱉으면
뜨거운 허공이 목을 죈다
창문이 정지하고 안은 쏟아진다 쏟아지는 안을 닫을 길이 없다 그곳에 닿을 길이 없다 다만 나는, 흘린 물처럼 서서히 말라가다가 내가 울고 내가 듣는다
누군가 빠져나갔다
한낮에 한낮이 울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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