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달릴 곳이 없어서 매달았다
맴돌다 보면 어깨가 생기고
위와 아래가 생겼다
우두커니
손바닥으로 햇빛을 가리면 가장자리가 환했다
썩지도 않고 쌓이는 테두리
캄캄하면 얼굴을 그렸다
보기에 좋아 쉽게 지워졌다
여기도 거기도 아닌 곳에서는
만나는 순간부터 구부러지는
큰길에서는
한참 지나치고 나서야
아는 이름을 떠올리기도 했었는데
오후는 길고 긴 것들은
기대기에 적당해서
걸핏하면 우수수 햇살이 떨어졌다
문 앞에 서면 모르는 이름이라도 불러야 할 거 같아
아버지, 아버지
엎드렸다 일어난 뒤에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부르는 쪽으로 갔다
이미 떨어진 풍경 쪽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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