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고통이 짙어질수록
나는 점점 더 빛난다
별을 보다 눈이 멀어버린 천체물리학자처럼
타인의 빛을 탕진하며 홀로
남겨진 사랑
330년의 호흡으로 고독을 말하기 위해
내 어머니의
어머니들에게서 물려받은
저녁의 나이테들이
언젠가 반짝였을 금빛 가장자리를 지운다
한 생애의 약지를 향해간다
우주에서 잃어버린 마음 하나가 입가에 맴돌 때
제아무리 술을 부어도 성배가
되지 못한 입술들은
끝끝내 말이 될 배후를 흘리고 있다
이상하지, 우주에서 발음할 수 있는 건
모두가 익숙한 일들뿐이구나
살색 반지 자국으로 남을 지구의 그늘에서
누군가의 전생이 태양처럼 떠오르고
그을린 유리 조각을 대고서야 보이던 아이들은
강철의 이빨이 돋아난 불개를 닮았다
달에서 바다를 보았다는 최초의 눈동자 속
반지를 삼킨 물고기는 이제
밤의 하구를 거슬러 오른다
무중력의 고독을 견뎌낸 사연들이 금빛
상처로 불타오르고
지상에 없는 징조들로부터 너는
까마득한 공복의 인연을 더듬어 손을 뻗는다
아직은 이승의 한낮, 그러나 타인은 어둠이 되고
미래의 아이들이 파먹은 태초의 원반을
어둠의 끝자락에 끼워 넣는다
한날한시 첫 꿈의 굵은 마디마디
슬픔이라는 육체의 겹침을 서로를 향해 쌓아 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