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미 없는 후렴을 붙들고 여기까지 왔다
물보다 담배 연기가 절실한 얼굴로
지중해를 건너온 석양은
사막을 떠올렸을 것이다
다리를 저는 청춘을 이끌고
입 벌린 가죽 구두에 담긴 어둠이
별빛 대신 부르튼 발가락을 그리워할 때
이곳은 여전히 비좁고
당신과 나는 떨어져 있다
윤회하는 유년이 있다면
누군가의 서른에도 아직 불구가 남아 있어
엇박으로 발장단을 치는 길목 어디쯤에서
하얀 발목을 드러낸 들짐승들의
윤척없음, 더 이상 피 흘리지 않는 사소함에 대하여
이별은 사방이 뚫린 내륙을 닮아간다
부모의 죽음처럼 미화될 사랑이
가슴에 박힌 못마저 쇠붙이로 품으면
잡지 못한 두 손에도 극성이 생긴다
한 번도 스스로를 외로워하지 않았던
마른 숙주의 시간
나침반을 든 추억이 울타리를 치고
접근 금지 푯말을 세운다
수북한 양 떼들의 울음을 정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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