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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혁 - 인클로저

 

소피아 로렌의 시간:기혁 시집, 문학과지성사 모스크바예술극장의 기립 박수:기혁 시집, 민음사 베개 3호, 시용 언.어.총.회, 테오리아

 

 

 의미 없는 후렴을 붙들고 여기까지 왔다

 

 물보다 담배 연기가 절실한 얼굴로

 지중해를 건너온 석양은

 사막을 떠올렸을 것이다

 

 다리를 저는 청춘을 이끌고

 입 벌린 가죽 구두에 담긴 어둠이

 별빛 대신 부르튼 발가락을 그리워할 때

 

 이곳은 여전히 비좁고

 당신과 나는 떨어져 있다

 

 윤회하는 유년이 있다면

 누군가의 서른에도 아직 불구가 남아 있어

 엇박으로 발장단을 치는 길목 어디쯤에서

 하얀 발목을 드러낸 들짐승들의

 윤척없음, 더 이상 피 흘리지 않는 사소함에 대하여

 

 이별은 사방이 뚫린 내륙을 닮아간다

 

 부모의 죽음처럼 미화될 사랑이

 가슴에 박힌 못마저 쇠붙이로 품으면

 잡지 못한 두 손에도 극성이 생긴다

 한 번도 스스로를 외로워하지 않았던

 마른 숙주의 시간

 

 나침반을 든 추억이 울타리를 치고

 접근 금지 푯말을 세운다

 수북한 양 떼들의 울음을 정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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