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에 70번, 발소리가 들린다. 누군가 나를 짓밟고 있다.
한 발자국, 한 발자국씩 나는 음가로만 존재하는 너의 세계를 관통한다. 너를 그러안고, 입술을 맞추고, 서로의 시선이 맞닿은 자리마다 새로운 이름을 붙여주었을 것이다.
최초의 나는 너라는 느낌. 최후의 너는 나의 말들이 살아갈 신대륙을 발견해주었다, 믿었을 것이다.
숨을 멈추면, 오장육부 사이사이 아스팔트가 깔리고 빌딩이 솟구쳐 오른다. 폐부 깊숙한 곳에선 끈적끈적한 환락가가 들어선다. 가장 값비싼 자리에 성모상을 세운다면 한 줄기 빛으로도 서로를 잉태시킬 수 있을지 모르지.
우리라는 주문을 외우고 나서야 한없이, 한없이 멀어지는 순간들.
우산에 맺힌 연애를 접고 빗방울에 처음 목숨을 가져다준 꽃들을 흔든다.
무작정 하늘로 솟아오르던 눅눅함에 대하여, 눅눅함을 펼쳐 하얗게 떠가는 뒷모습들에 대하여
너는 제자리걸음의 히치하이커, 풀 한 포기 자라지 않는 이곳에서 나를 짓밟고 외로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