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로 공중화장실을 서성이는
나를 못 본 척하고
집으로 돌아온 것 같다.
등에 멘 가방을 내려놓고
아이스크림을 먹고 싶었다.
할머니가 살아 있을 때 마신 물이
흘러나와 꿈속을 적셨다.
그래서
할머니의 장례식 사진은
아주 흐리고 얇았다.
할머니가 키운 아이들은
콩나물처럼
하늘로 하늘로만 자랐다.
내가 신은 양말이 짝짝이라고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다.
그날 죽은 거야,
아무도
나에게 말해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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