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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재연 - 밤의 케이블카

 

세계의 모든 해변처럼:하재연 시집, 문학과지성사 우주적인 안녕:하재연 시집, 문학과지성사

 

 

 열일곱 살의 재채기 이후,

 나는 만화 속의 내레이션이 되었다.

 

 대사들이 마블링처럼 떠다니느

 이 세계에서 어디를 펼쳐도

 우리는 모두 사라진 무늬들

 

 왼눈과 오른눈을 깜빡이면서

 아름답게 보는 법을 나는 배웠다.

 

 맨발이 까맣게 되도록 춤을 추다

 잠에서 깨면,

 여기는 만질 수 없는 풍경

 

 휘발된 햇빛을 들이마시며,

 나는 평면적으로 잘 자라난다.

 

 이상한 정거장들의 표지판을

 채 읽지 못하고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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