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하재연 - 인형들

 

세계의 모든 해변처럼:하재연 시집, 문학과지성사 우주적인 안녕:하재연 시집, 문학과지성사

 

 

 눈썹이 비뚤게 그려지고

 입술이 피처럼 붉은

 나는 스무살이 되었고

 너의 엄마는 죽었다

 너도 아홉 살에 죽었다

 나는 조금도 훌륭해지지 않았다

 한 겹씩 덮여가는

 이 얼굴에는 캐릭터가 없다

 말을 줄이는 것이

 세상에 대한 조금 덜 나쁜 태도

 백지에는 얼굴을 그리면 되고

 나무는 살을 깎아내면 된다

 그러나 네 입술에는

 색을 칠할 수가 없다

 네게서 빠져나간 검은 빛들도

 대기를 떠돌아다니고

 남은 한 가닥의 머리카락은

 계속 자라난다

 너는 그때 내게

 안녕 또는 어서 와,라고

 말했던 것일까?

 

 

''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하재연 - 12시  (0) 2021.01.16
하재연 - 밤의 케이블카  (0) 2021.01.16
하재연 - 종이 인형들의 세계  (0) 2021.01.16
하재연 - 사라진 것들  (0) 2021.01.16
이준규 - 고등어  (0) 2021.0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