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규 - 멍

 

 

 

 몇 날의 막힘 새로운 온기 계단을 올라 왼쪽으로 불규칙한 숨 그 옆의 통증 담배는 나는 그늘을 찾는 각성인데 빛이 섞인다 적당한 소음 안팎으로 증감 피가 흐르는 비둘기는 앉을 곳을 찾지 못함 자리를 양보하다 차갑고 뜨거운 흐르는 비 창문은 검다 다른 곳을 찾는다 죽을 가능성 조금 차지한 곳이 늘었다 줄었다 작은 빛줄기를 따라 헤매다 포석은 얼룩이 없고 가지런하다 멀어질 수 있다 빈 곳을 찾아 떠도는 그림자를 닮은 꽃잎 전망이 있다 해가 뜨는 아픔 역광이 흔들리는 강폭 너머 버드나무를 발견하다 나무는 자신의 발가락을 드러내며 감추는 바람이다 나무는 놀라고 새는 보이고 꽃잎은 타락한다 주위 풍광을 자기 쪽으로 끄는 나와 버드나무와 액자와 그 밖에

 쥐 지렁이 달팽이 죽은 개

 스민다

 허공에서

 당신

 노래를 부르렴

 그윽한 노래를

 소름을 걷으며

 차갑고 큰 검은 물속으로

 뒤꿈치에 닿은 혀처럼 부드럽게 숟가락을 들어

 휘감긴 엉덩이를 들어 나를 보렴

 비가

 소중한

 호랑이다

 아낌없는 토끼다

 너처럼 아름다운 낱말이다

 종이 위의 글자다

 혈관에 스민 바람의

 그림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