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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계영 - 환상통

 

이런 얘기는 좀 어지러운가:유계영 시집, 문학동네 온갖 것들의 낮:유계영 시집, 민음사 이제는 순수를 말할 수 있을 것 같다:유계영 시집, 현대문학

 

 

 한 발짝 앞으로 반 발짝 뒤로 증기기관차처럼

 시간을 그냥은 못 놔주지 더 많이 흔들기 위해

 

 말랑한 복부에 꽂힌 주먹이 아름답게 다루는 아코디언 소리

 혼자 듣고 윽윽 쓰러졌다

 

 종주먹을 던지며 잠에서 깬 나는 아무도 다치지 않아서 놀랐다

 검은 연기가 흰 연기를 뒤집어썼다

 

 한입만 깨물고 던져버린 홍옥

 분수대 위로 떠오른 잇자국

 저기야, 무지개

 누군가 딱딱해진 껌을 뱉으려고

 첫 페이지를 찢어간

 

 나보다 오래전에 살았던 사람들이 우르르 구경 온다

 

 줄기가 마르는 병에 걸린 밤나무

 소금기를 핥아줄 차가운 혀를 기다리는 목덜미

 

 그림자 속에서 눈동자가

 오랫동안 깜빡이고 있었는데

 왜 아무도 몰라줬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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