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발짝 앞으로 반 발짝 뒤로 증기기관차처럼
시간을 그냥은 못 놔주지 더 많이 흔들기 위해
말랑한 복부에 꽂힌 주먹이 아름답게 다루는 아코디언 소리
혼자 듣고 윽윽 쓰러졌다
종주먹을 던지며 잠에서 깬 나는 아무도 다치지 않아서 놀랐다
검은 연기가 흰 연기를 뒤집어썼다
한입만 깨물고 던져버린 홍옥
분수대 위로 떠오른 잇자국
저기야, 무지개
누군가 딱딱해진 껌을 뱉으려고
첫 페이지를 찢어간
나보다 오래전에 살았던 사람들이 우르르 구경 온다
줄기가 마르는 병에 걸린 밤나무
소금기를 핥아줄 차가운 혀를 기다리는 목덜미
그림자 속에서 눈동자가
오랫동안 깜빡이고 있었는데
왜 아무도 몰라줬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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