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방 속에 하나 이상의 거울을 넣어가지고 다녔다
누군가 내 이름을 부르면 줄곧 웅크렸던 귀가 툭 풀어질 것 같다
귓불에 살점이 붙던 시간은 왜 기억나지 않을까
바람이 태어난다고 믿게 되는 장소
부드러운 거절을 위해 빼곡히 심어놓은 나무들
세상의 모든 미로는 인간의 귀를 참조했다
누구도 자신의 귀를 본 적이 없어서
뭐라고? 뭐라고? 미로 속에서 소리치는 사람들이
메아리와 함께 희미해지네
거울의 내부에는 가방의 내부가 있고
바람의 내부에는 헝클어진 머리카락
매달린다는 것은
동심원의 가장 먼 주름으로 사는 것
막다른 벽이라 생각하세요
결국 빠져나갈 거라면 최대한 긴 과정을
출구 앞에 펼쳐놓을 것입니다
귓속에 이름이 쌓여 있을 것만 같다
누군가 내 이름을 부르면 잠자코 웅크렸던 수인들이
일제히 귀를 허물고 쏟아져나올 것 같다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유계영 - 아코디언 (0) | 2021.01.14 |
---|---|
유계영 - 환상통 (0) | 2021.01.14 |
유계영 - 맨드라미 (0) | 2021.01.14 |
유계영 - 실패한 번역 (0) | 2021.01.14 |
유계영 - 진술서 (0) | 2021.01.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