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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계영 - 대관람차

 

이런 얘기는 좀 어지러운가:유계영 시집, 문학동네 온갖 것들의 낮:유계영 시집, 민음사 이제는 순수를 말할 수 있을 것 같다:유계영 시집, 현대문학

 

 

 가방 속에 하나 이상의 거울을 넣어가지고 다녔다

 누군가 내 이름을 부르면 줄곧 웅크렸던 귀가 툭 풀어질 것 같다

 귓불에 살점이 붙던 시간은 왜 기억나지 않을까

 

 바람이 태어난다고 믿게 되는 장소

 부드러운 거절을 위해 빼곡히 심어놓은 나무들

 

 세상의 모든 미로는 인간의 귀를 참조했다

 누구도 자신의 귀를 본 적이 없어서

 뭐라고? 뭐라고? 미로 속에서 소리치는 사람들이

 메아리와 함께 희미해지네

 

 거울의 내부에는 가방의 내부가 있고

 바람의 내부에는 헝클어진 머리카락

 매달린다는 것은

 동심원의 가장 먼 주름으로 사는 것

 

 막다른 벽이라 생각하세요

 결국 빠져나갈 거라면 최대한 긴 과정을

 출구 앞에 펼쳐놓을 것입니다

 

 귓속에 이름이 쌓여 있을 것만 같다

 누군가 내 이름을 부르면 잠자코 웅크렸던 수인들이

 일제히 귀를 허물고 쏟아져나올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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