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도 끝나지 않았지만
미리 고맙습니다
고마워서 기어코 여기 있습니다
올라가고 있습니다
다행히
육교만큼 높은 곳으로 올라가고
있습니다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나는 사람
마지막 식사는 느긋한 것인 줄 알았는데
그게 우리의 마지막 끼니인 걸 알았더라면
과식은 하지 않았을 겁니다
이후 과식은 죄 같습니다
팔걸이가 있는 레스토랑은 이제 싫습니다
도로의 이름과 어떤 휴일
책상에 붙여 놓은 반창고
주차장에 들어와 우는 고양이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단지
어디엔가 안녕이란 말을 써 놓고 가진 않았을까
우리의 이별은 세입자가 찾아낼 수도 있겠습니다
서울의 빌딩
옥상엔 왜 이리 많은 공원이 있습니까
엔딩크레딧처럼 쉬다가 사라지는 기후를 무엇이라 불러야 할까요
영영 가지 않을 것처럼 산책을 했었는데
내려다보면 모두가 밤 같은 정수리로 걷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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