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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동혁 - 브로치

 

아네모네, 봄날의책 6:성동혁 시집, 민음사

 

 

 황동 위에서 출렁이는 돛

 직물을 뚫고 나온 것들의 기법은

 사랑 아니다

 바구니 안에 꽂힌 나를

 식물 아닌 걸 알면서도

 솎아 내지 않은 너에게

 단정히 사선으로 자르던 너에게

 바구니가 방이 될 때까지

 살을 덧대었다

 슬픔이 더 큰 분자가 될 때까지

 소금 그릇을 열 때만 나는 예민해지고

 그 손으로 점심을 망치고

 머그를 깨뜨리고

 옷걸이에 걸린 얼굴을 깨뜨렸다

 직물을 뚫고 나온 것들의 기법은

 사랑 아니다

 미래

 희망

 이런 말들은 누가 꽂아 놓은 꽃꽃이인가

 나는 왜 닻을 내리려 했을까

 어깨너비만큼 머무를 수 있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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